한복을 예쁘게 맞춰 입거나 빌려놓고도 막상 착용할 때가 되면 손이 굳어버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평소에 입는 양복이나 캐주얼 의류와는 지퍼, 단추의 위치가 전혀 다르고, 고정하는 끈의 순서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처음으로 혼자 한복을 입었을 때,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서 행사장으로 나섰다가 속치마 끈이 느슨해져 치마가 흘러내리거나 옷고름이 자꾸 풀려 엉성한 모양새가 되는 낭패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한복은 옷매무새가 전체 실루엣의 80% 이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바르게 입는 순서'와 '옷고름을 매는 정확한 방법'만 알아도 품격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초보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한복 제대로 입는 법을 단계별로 완벽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여성 한복 착용 순서: 속옷부터 겉옷까지 단계별 가이드
여성 한복은 속옷을 어떻게 갖춰 입느냐에 따라 겉치마의 풍성함과 저고리의 핏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래 순서를 그대로 따라 하시면 겉돌지 않고 단단하게 고정됩니다.
1단계 (속바지와 속적삼): 가장 먼저 한복용 속바지를 입고, 상의 속옷 위에 속적삼(또는 얇은 면 티셔츠)을 입습니다. 속적삼은 저고리 안으로 땀이 흡수되는 것을 막고 저고리 형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2단계 (속치마 착용): 한복 치마의 볼륨을 살려주는 속치마를 입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속치마의 끈을 가슴 윗부분에서 아주 단단하게 묶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느슨하게 묶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로 처져 치마 밑단이 바닥에 끌리게 됩니다.
3단계 (겉치마 입기): 치마를 입을 때는 치마 자락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전통적으로 오른손잡이의 경우 치마 여밈이 '왼쪽'으로 오도록 입는 것이 정석입니다. 즉, 치마 겉자락을 왼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 입습니다. 끈은 가슴 중앙보다 약간 옆쪽에서 묶어주어야 저고리를 입었을 때 앞부분이 불룩하게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4단계 (저고리 착용): 저고리를 걸치고 안쪽에 있는 속고름(또는 똑딱이 단추)을 먼저 채워 고정한 뒤, 겉에 있는 옷고름을 맵니다. 마지막으로 깃을 뒤로 살짝 넘겨 목선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정리합니다.
2. 절대 풀리지 않는 저고리 옷고름 예쁘게 매는 법
옷고름은 한복의 얼굴이자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무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끈 두 개를 어떻게 교차해야 할지 헷갈리지만, '짧은 고름'과 '긴 고름'의 역할만 구분하면 누구나 1분 만에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1단계 (기본 교차): 두 개의 고름 중 길이가 조금 더 '짧은 고름'을 위로, '긴 고름'을 아래로 가도록 엑스(X)자로 교차합니다.
2단계 (묶기): 위에 있는 짧은 고름으로 아래의 긴 고름을 감싸 안으면서 위쪽으로 구멍을 만들어 한 번 질끈 묶어줍니다. 이때 짧은 고름은 위를 향하고, 긴 고름은 아래를 향하게 됩니다.
3단계 (리본 고 만들기): 아래에 있는 '긴 고름'을 가지고 왼쪽 방향으로 둥근 고(리본의 한쪽 날개 모양)를 만듭니다. 고의 크기는 손바닥 반 개 정도가 적당합니다.
4단계 (감싸서 빼기): 위쪽에 가 있던 '짧은 고름'을 내려서 방금 만든 긴 고름의 '고'를 앞에서 뒤로 감싸 안습니다. 그리고 생긴 틈 사이로 짧은 고름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 넣으며 빼냅니다.
5단계 (정리하기): 긴 고름의 고와 짧은 고름의 끝자락을 동시에 잡고 살살 당기면서 모양을 잡습니다. 다 매었을 때 두 고름의 길이 차이가 약간 나면서(긴 고름이 더 길게) 아래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면 성공입니다.
많은 분이 일반 운동화 끈을 묶듯이 나비형 리본으로 묶는 실수를 범하곤 합니다. 한복 옷고름은 반드시 '한쪽 날개(고)'만 생기도록 매어야 전통 선의 아름다움이 살아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3. 남성 한복 착용 순서와 까다로운 '대님' 매는 법
남성 한복은 바지통이 워낙 넓어서 입었을 때 부해 보이기 쉽습니다. 착용 순서와 발목을 잡아주는 대님 매기가 핵심입니다.
1단계 (바지와 저고리): 한복 속바지를 입은 후 겉바지를 입습니다. 바지는 앞뒤 구분이 필요한데, 큰 사폭(넓은 면)이 오른쪽으로 가도록 입는 것이 기준입니다. 허리 여유분은 왼쪽으로 접어 벨트나 끈으로 고정합니다. 이후 저고리를 입습니다.
2단계 (대님 매기): 바지발목 안쪽 복사뼈에 바지 여밈 선을 대고, 남는 통을 발 바깥쪽으로 접어 뒤로 돌려 감쌉니다. 그 상태에서 대님 끈을 발목 안쪽 복사뼈 위치에서 시작해 바깥쪽으로 두 바퀴 돌려준 뒤, 안쪽 복사뼈 부근에서 리본 모양으로 묶어줍니다. 내려온 바지 자락을 살짝 아래로 처지게 덮어주면 발목이 깔끔해집니다.
3단계 (조끼와 마고자/두루마기): 저고리 위에 조끼를 입어 앞여밈을 단정히 하고, 그 위에 마고자를 입습니다. 외출 시에는 반드시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어야 예의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대님을 매는 과정이 생소하고 어려워 발목 부분에 매듭 단추나 지퍼, 매직테이프(찍찍이)가 달린 개량형 바지도 많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전통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 아주 격식 있는 자리가 아니라면, 착용 편의성을 위해 이러한 부자재가 적용된 옷을 선택하는 것도 훌륭한 팁입니다.
4. 옷매무새를 살리는 착용 직후 최종 체크리스트
한복을 다 입었다면 거울 앞에서 반드시 다음 3가지를 체크해야 활동할 때 옷이 망가지지 않습니다.
첫째, 동정선과 깃이 바르게 겹쳐졌는지 확인합니다. 목 뒤 중심과 저고리 중심선이 일치해야 옷이 한쪽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둘째, 여성의 경우 치마 밑단 사이로 속치마나 발이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걸을 때 살짝 치마가 들려 코신 앞코만 보이는 정도가 가장 아름다운 길이입니다. 셋째, 옷고름의 매듭이 단단한지 손으로 살짝 눌러줍니다. 실크 원단은 미끄러워서 풀리기 쉬우므로 매듭 안쪽에 작은 옷핀을 눈에 띄지 않게 찔러 고정하는 것도 실전에서 아주 유용한 노하우입니다.
핵심 요약
여성 한복은 속치마를 가슴 위에서 단단히 조여 매어야 치마가 처지지 않으며, 겉치마 자락은 왼쪽으로 여미는 것이 정석이다.
옷고름은 나비 리본이 아닌 '한쪽 날개 고' 형태가 되도록 짧은 고름과 긴 고름의 순서를 지켜 매어야 한다.
남성 한복 바지는 사폭 방향을 맞추어 허리를 여미고, 발목의 대님은 여유분을 바깥쪽으로 돌려 감싸 안쪽 복사뼈에서 묶는다.
실크 한복의 옷고름이 자꾸 풀릴 때는 매듭 안쪽에 작은 옷핀을 숨겨 고정하면 야외 활동 시 매우 안전하다.
다음 편 예고 다음 4편에서는 본격적인 실전 적용 단계로 넘어갑니다. 명절, 결혼식, 돌잔치 등 '격식을 갖추는 자리, 상황별로 실패 없는 한복 배색 매칭과 반드시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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