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맞춤으로 진행하거나 대여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서면 의외의 난관에 부딪힙니다. 눈으로 보기에 마냥 곱고 아름다웠던 한복이 막상 내가 입었을 때는 어딘지 모르게 부해 보이거나, 목이 답답해 보이고, 심지어 키가 더 작아 보이는 현상 때문입니다. 서양식 의류는 몸의 곡선을 따라 재단되어 핏을 잡기 쉽지만, 한복은 평면 재단을 기반으로 입체적인 사람의 몸을 감싸는 옷이기 때문에 체형에 따른 디자인 선택이 옷맵시를 180도 바꾸어 놓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 한복을 고를 때, 그저 유행하는 화사한 파스텔톤의 풍성한 치마와 짧은 저고리를 무턱대고 선택했다가 큰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상체가 통통하고 목이 다소 짧은 제 체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었기에, 사진 속 제 모습은 목이 실종되고 상체만 비대해진 충격적인 결과물로 남았습니다. 한복은 신체의 단점을 완벽하게 감추고 우아한 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체형 커버 의류'입니다. 디자인의 미세한 한 끗 차이를 이해하면 어떤 체형이든 가장 아름다운 비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디자인 요소를 활용해 체형별 단점을 보완하는 실전 기술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키가 작거나 하체가 짧은 체형을 위한 비율 업 공식
키가 아담한 편이거나 상체에 비해 하체가 짧아 비율이 고민이라면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고 세로 선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선택해야 합니다.
저고리의 길이와 배색: 저고리 길이는 전통적인 형태보다 약간 짧은 '미니 저고리'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치마가 시작되는 위치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다리가 훨씬 길어 보입니다. 이때 저고리와 치마의 색상을 너무 강렬한 보색(예: 흰 저고리에 네이비 치마)으로 나누면 시선이 뚝 끊겨 키가 더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저고리와 치마를 비슷한 톤(톤온톤)으로 맞추거나, 저고리 색상을 치마보다 조금 더 밝게 가져가는 것이 시선을 위로 연결하는 비결입니다.
치마의 실루엣: 퍼짐이 과한 항아리형 실루엣보다는, 가슴 밑에서부터 발끝까지 곧게 떨어지다가 아래에서 살짝 퍼지는 단정한 A라인 치마를 골라야 세로로 길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목이 짧거나 상체가 통통한 체형을 위한 슬림핏 기술
목선이 답답하거나 상체에 살집이 있어 한복을 입었을 때 부해 보일까 봐 걱정하는 분들이 가장 많습니다. 한복의 상체 핏은 '깃'과 '고름', 그리고 '동정'의 너비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깃과 동정의 황금 비율: 목이 짧거나 두꺼운 편이라면 깃의 깊이가 깊고 넓게 파인 '목판깃'이나 '돌깃' 형태를 선택해야 목선이 시원하게 드러납니다. 이때 목을 감싸는 하얀 '동정'의 너비가 너무 두꺼우면 목이 더 묻혀 보이기 때문에, 동정 너비를 1.5cm 내외로 얇게 제작된 것을 고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고리 색상과 곁마기 활용: 상체를 슬림하게 보이기 위해 상의를 수축색인 네이비, 진회색, 겨자색 등 깊이감 있는 어두운 톤으로 선택합니다. 여기에 겨드랑이 부위에 다른 색상의 원단을 덧댄 '곁마기 저고리'를 활용하면 상체의 부피감이 시각적으로 분할되어 옆모습과 앞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날씬해 보입니다.
3. 어깨가 넓거나 반대로 너무 왜소한 체형을 위한 어깨선 교정법
서양식 정장과 달리 한복은 어깨에 패드가 없고 부드럽게 내려앉는 형태라 어깨 모양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어깨가 넓고 건장한 체형: 어깨가 넓어 장군 같은 느낌이 들까 봐 걱정이라면 저고리의 '화장(소매 길이)'선에 주목해야 합니다. 어깨선과 소매가 연결되는 경계가 부드러운 유선형으로 떨어지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소매 끝단에 넓은 거들지(흰 천)를 대어 시선을 손목 쪽으로 분산시켜 주면 넓은 어깨가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단아하게 가라앉습니다.
어깨가 좁고 왜소한 체형: 반대로 어깨가 너무 왜소해 머리가 커 보인다면 상체에 볼륨감을 주어야 합니다. 밝은 색상의 원단이나 은은한 광택이 도는 양단 소재의 저고리를 선택하고, 깃 주변이나 어깨선에 화려한 자수, 혹은 입체적인 입식 패치가 들어간 디자인을 고르면 어깨라인이 한결 당당하고 화사해 보입니다. 저고리 위에 당의나 배자를 덧입어 상체의 레이어드를 주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4. 마르고 볼륨이 부족한 체형을 위한 입체적 스타일링
전체적으로 체구가 너무 마르고 볼륨감이 없어 한복이 겉돌거나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벙벙해 보이는 체형 역시 고민이 깊습니다. 한복은 여유 공간의 미학을 살리는 옷이므로, 원단의 힘과 속옷의 도움을 받으면 단숨에 기품 있는 체형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2편과 3편에서 강조했던 '속치마'와 '원단'입니다. 마른 체형은 부드럽게 가라앉는 실크(명주)보다는 원단 자체에 힘이 있어 스스로 형태를 유지하는 '양단'이나 '공단', 혹은 빳빳한 '생명주' 원단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옷 자체의 두께감과 거친 텍스처가 체형을 든든하게 보완해 줍니다.
여기에 대여나 맞춤 시 겉치마 안에 입는 속치마를 일반 주름 속치마가 아닌, 가슴 아래부터 와이어나 겹망사로 풍성하게 부풀려진 '링 속치마'나 '페티코트형 속치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인위적이지 않게 하체의 볼륨감을 살려주면서 상대적으로 허리와 가슴선은 슬림해 보이는 극적인 대비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키가 작거나 다리가 짧은 체형은 미니 저고리와 톤온톤 배색을 활용해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고, 세로로 떨어지는 A라인 치마를 선택한다.
목이 짧고 상체가 통통하다면 깃을 깊게 파고 동정 너비를 얇게 가져가야 목선이 길어 보이며, 곁마기 디자인으로 상체 부피감을 줄인다.
넓은 어깨는 소매 끝 거들지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왜소한 어깨는 자수 장식이나 배자/당의 레이어드를 통해 볼륨감을 더한다.
마른 체형은 힘이 있는 양단이나 공단 원단을 선택하고, 풍성한 와이어 속치마의 도움을 받아 전통 한복 특유의 풍성한 실루엣을 완성한다.
다음 편 예고 다음 11편부터는 한복의 깊이를 더해주는 '고급 시리즈'로 넘어갑니다. 첫 번째 시간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적 흐름에 따라 한복 실루엣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흥미로운 매력'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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